2018 비교과 우수 후기 공모전(상명 프레젠테이션 대회)
- 작성자 정희도
- 작성일 2019-02-14
- 조회수 3438
Don’t lose faith
-<상명 프레젠테이션 대회> -
막 학기를 시작했던 9월부터, 첫눈이 올랑말랑하던 11월 말의 대회일까지 프레젠테이션 대회는 제법 긴 여정이었습니다.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공고문을 보고 주제를 떠올리고 예선 동영상 촬영을 하고 마침내 청중들 앞에 서기까지, 생각해보면 하나하나 만만치 않았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대회가 기억에 남았던 까닭은 제 전공의 미래를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전공분야 및 진로와 연관된 2040년 미래 사회 모습은?”이라는 주제를 처음 확인했을 때부터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자신의 전공과 관련하여 그 미래를 그려 보라는 건 마치 땅만 보고 달리던 우리에게 스스로 고개를 들도록 하는 일이었습니다. 현재 배우고 있는 전공과목들도 익히기 벅찬데 이걸 이용하여 미래 사회를 그리려니 평소의 저에겐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잘 찾아보지도 않던 보고서를 검색해가면서 어떤 것을 주제로 할지 고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중요하지만 청중에게 어렵지 않고, 그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만한 주제를 찾다 보니 제 전공의 참모습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책 속에서는 전혀 살아 움직이질 않던 경제학이 현실에선 금융이 되고, 기술과 융합하여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었습니다. 그 시대적인 흐름에서 주제를 골라내는 일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은행이 미래에 없어진다는 전망은 제가 생각한 조건에 딱 맞는 주제였습니다. 이제 겨우 주제를 정했을 뿐이고 그것만으로 다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것 자체가 굉장히 뿌듯해지고 전공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누군가 너의 전공에서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일 것 같냐고 물어보면 지체없이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누군가에게 그 사실을 조목조목 이유를 들어 설명할 수 있어야 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발표를 듣는 청자가 어째서 그런 전망이 나오게 되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저 상상력 말하기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실을 아는 것과 그것을 설명하는 일은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발표자료를 만들면서 청자의 입장에서 제 논리를 복기해보면, 어떤 때는 갑자기 절벽이 있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사방이 막혀있는 벽같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대회 오리엔테이션에서 들었던 강의를 생각하면서 무한한 역지사지를 시도했습니다. 명인들이 했던 말을 넣어보기도 하고 보고서의 표를 인용하기도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청자가 이해할 만한 자료를 만들어나갔습니다. 장애물을 넘는 한 발짝 한 발짝이 가볍지는 않았지만 한 달 남짓한 시간이 지나자 제법 구색은 갖추게 되었습니다. 여차여차 발표자료는 완성되었다지만, 그것을 가지고 발표하는 모습을 찍는 것이 더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살면서 사람들 앞이나 카메라 앞에서 발표할 일이 많이 없었던 까닭인지 예선 영상을 찍는 일은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습니다. 몸짓, 표정, 대사 하나하나가 온 힘을 다해 방해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촬영을 부탁한 동기와 찍은 영상들을 확인하고 발표 모습을 고쳐나가는데 꼬박 한나절이 걸렸습니다. 그 덕에 저는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도통 카메라를 보지 못했던 눈은 뚫어질 듯이 렌즈를 응시할 수 있게 되었고 쓸데없이 허공을 가르던 손짓은 정확히 필요한 부분을 가리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예선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마흔 명 남짓한 참가자 중 9위 안에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하고 행복했습니다.
사실, 결선부터는 1등이 욕심이 났습니다. 2등과는 무려 2배에 달하는 상금이 눈에 아른거렸습니다. 교수님 피드백도 열심히 반영하고 자료도 보강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프레젠테이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대회 당일이 되고 결과가 발표가 나자 저는 제가 장려상에 그쳤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솔직히 저도 모르게 엄청난 실망을 했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을 잘하기로 소문난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대학교 졸업식에서 했던 연설 중 일부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 첫 구절은 이렇습니다. “Sometimes life is going to hit in the head a brick.” 때때로 삶이 벽돌로 머리를 내려치는 순간이라는 비유가 결과를 들은 저의 심경을 잘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구절은 이렇습니다. “Don`t lose faith.”
결선의 결과가 벽돌로 머리를 내려치는 것만큼의 실망감을 안겨준 것은 사실이지만 저는 두 번째 구절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설사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프레젠테이션 대회에 참가하고자 하던 신념은 변함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프레젠테이션 대회를 준비하면서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전공을 바라보던 저의 태도와 관심부터 현실적으로 많이 쓰일 프레젠테이션 기술까지 이 대회가 아니라면 종합적으로 경험하기 힘들었던 것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경험 자체가 주는 자신감은 앞으로 저의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자신합니다.
처음 공고를 보고 망설이는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이 대회가 요구하는 것이 많고 대단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경험자로서 그 모든 것은 여러분이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혹은 너무 귀찮지 않을까? 다양한 이유를 뿌리치고 처음 그 혹하는 마음을, 그 신념을 지킨다면 대회가 끝나고 눈에 띄게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